언론보도

HOME > 언론보도

자영업자 두달새 20만명 문 닫았다… "경기 하방위험 확대"[경제 곳곳 경고등]

본문

홍예지2025. 3. 10. 18:12

건설업 부진에 수출여건 악화

투자·노동시장까지 영향 확산

고용보험 가입자 17개월째 ↓

자영업자 수, IMF때보다 적어


5b46e5f7eaa028688b0fdf8375539e3e_1741676080_1968.png
5b46e5f7eaa028688b0fdf8375539e3e_1741676080_4.png
5b46e5f7eaa028688b0fdf8375539e3e_1741676080_544.png


내수·수출·고용 등 우리 경제 곳곳에 켜진 비상등이 꺼지지 않고 있다. 내수 부진 장기화로 소비가 얼어붙었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수출전선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경기 부진은 후행지표인 노동시장까지 번졌다. 식료품값, 인건비 등이 오르며 올해 들어 폐업하는 자영업자도 크게 늘었다.

■"경기 하방위험 확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발간한 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 부진과 수출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설 불황 장기화가 투자 및 고용지표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며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확대가 더해지면서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월 전 산업 생산은 1년 전보다 3.5% 감소했다. 특히 건설업 생산(-27.3%)은 작년 1월 생산이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더해지면서 감소 폭이 확대됐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건설 수주, 건축 착공 면적 등 선행지표의 개선세도 약화했다. 소비와 투자의 부진도 지속됐다. 1월 소매 판매는 고금리 기조 및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 설비투자(-3.1%)는 조업일수 축소 등으로 감소했다.

수출 증가세 역시 둔화 흐름이 이어졌다. 2월 수출은 1.0% 증가했지만, 일평균 기준으로는 5.9%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의 높았던 증가세가 둔화하고, 이를 제외한 품목들의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전체 수출 활력이 떨어지는 분위기다.

KDI는 특히 미국의 관세 인상이 향후 수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폭, 21년 만에 최저

내수 부진은 고용시장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 2월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폭은 2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고용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38만명으로 나타났다. 전년 같은 달보다 15만3000명(1%) 증가했다. 이는 2004년 1월 7만3000명 이후 21년 만에 가장 작은 증가폭이다. 업종별로 건설업 가입자 수가 크게 줄었다. 지난 2월 건설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75만5000명으로, 종합건설업 중심으로 19개월 연속 감소세다. 건설 부진이 계속되면서 고용지표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경기 고용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지난해 하반기 초반에는 건설업 수주량이 늘어 시차를 두고 좋아질 수 있다고 봤으나 지난해 말부터 수주량과 기성액이 감소해 올해 건설업 전망은 더 안 좋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종의 고용 상황도 녹록지 않다. 제조업 가입자 수는 384만4000명으로 자동차, 기타운송장비,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으나 섬유, 금속가공 등은 감소했다. 그러나 고용허가제 외국인 당연가입 증가분을 빼면 제조업 분야에서 1만8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제조업 내국인 가입자 감소세는 17개월째 이어졌다.

■자영업자 "IMF 때보다 힘들다"

인건비와 원재료 가격 상승을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자영업자 수는 550만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11월 570만여명과 비교해 20만명 이상 감소하면서 550만명까지 떨어졌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590만명)과 1998년(561만명),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600만명)과 2009년(574만명)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다만 통계청은 겨울에 농사를 쉬는 농림어업인이 자영업자에 포함돼 있어 감소 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런 계절적 요인을 제외하면 지난 1월 자영업자는 작년 1월보다 2만8000명 줄었다. 이는 2021년 이후 첫 감소세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을 포기하는 이들을 위한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등 경제위기가 있을 때마다 정부가 창업을 장려하면서 자영업자를 늘려왔다"며 "이제 창업에 대한 지원 대신 폐업하는 자영업자를 위한 일자리 연계사업 등에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