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가계빚 2000조… 집에 볼모잡힌 경제
본문
입력 2025-02-18 17:55
주택담보대출 비중 '62%' 차지
영끌·빚투 움직임도 증가 한몫
경기 위축에 부실 폭탄 우려 제기
지난해 가계빚 잔액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2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1년새 40조원이나 불어났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60조원 가까이 급증하며 1100조원을 훌쩍 넘었다. 증가폭이 훨씬 크다.
치솟는 집값에 편승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 광풍 영향이다.
주담대는 다른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비와 투자 유발 효과가 약하다. 집에 돈이 묶이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주담대가 어느 때라도 터질 수 있는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된 것이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024년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가계대출+결제 전 카드 사용액) 잔액은 192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말(1914조3000억원)보다 13조원 많고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가계대출은 전 분기 말과 비교해 10조6000억원 늘어난 1807조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연속 증가세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39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중 주담대 잔액은 전 분기보다 11조7000억원 늘어난 112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담대 역시 1년 새 59조6000억원 급증했다. 가계부채에서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2%를 넘어섰다.
금융당국이 규제를 풀면서 올해도 주담대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1분기 주담대 증가세가 주춤할 수 있지만 2분기 후 다시 증가세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선 부동산에 돈이 묶이며 소비 위축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부실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핵심 지역을 제외하고 집값이 하락하고 있으며, 지방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있다. 정부가 건설 경기 활성화 대책을 준비 중이만 가계부채 증가 우려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한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실장은 "부동산에 돈이 묶이면 내수가 위축되고 경기는 더 침체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우리 국민들의 자산 76%가 부동산에 묶여있다. 부동산이 어려워지면 모든 경제가 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묘안이 절실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https://m.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5021902100163033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