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법무법인 스탠다드
Date2026.07.14

19년간 흑자를 유지하던 제조업 법인도 지급불능 앞에서는 예외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법인은 신청 11일 만에 포괄적 금지명령으로 채권자의 집행을 멈춰 세웠고,
2개월 뒤 대표자가 경영권을 그대로 지킨 채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습니다.
그 과정을 실제 사건 기록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20년 가까이 성장하던 법인은 왜 무너졌을까요?
의뢰인 법인은 2007년 설립된 합성수지·식품포장재 제조기업입니다.
벤처기업 인증, 공장과 본사 사옥 매입, 콜드체인·배터리팩 파우치 사업부 개설까지.
흔히 말하는 '탄탄한 중소 제조업체'의 성장 경로를 그대로 밟아온 회사였습니다.
균열은 외부에서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갈 무렵, 경기 침체에도 꾸준하던 디자인·포장 수요가 거래처들의 경영 악화와 함께 꺾였습니다.
2021년 마스크 포장지 특수로 매출이 약 57억 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부실해지면서
약 3억 5,000만 원의 매출채권을 회수하지 못했습니다.
호황의 정점이 오히려 부실의 시작점이 된 셈입니다.
부채 58억은 어떻게 쌓였을까요?
자료에 나타난 재정 파탄의 경로는 네 갈래입니다.
▶︎ 보증사고로 인한 구상금 약 4억 원 일시 상환 — 보증기관과의 분쟁 끝에 대표자의 전 배우자 명의로 전환돼 있던 보증채무가, 2021년 이혼으로 보증 연장이 무산되며 보증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운영자금이 한 번에 빠져나갔습니다.
▶︎ 핵심 기술 인력의 공백 — 2022년 외국인 기술자가 출국하면서 생산 라인에 구멍이 생겼습니다. 대체 인력의 숙련도 부족으로 불량률이 치솟았고, 일부 인력의 부정행위까지 겹쳐 2023년 이후 약 5억 원 이상의 손실이 누적됐습니다.
▶︎ 부동산 투자와 금리 인상의 이중고 — 매출 호황기였던 2021년, 성장을 위해 본사 인근 부동산을 다수 매입하면서 금융기관 차입이 약 46억 원까지 늘었습니다. 이후 금리 인상으로 연간 이자비용만 약 2억 원. 매출은 줄어드는데 고정비는 커지는 구조가 됐습니다.
▶︎ 원자재 수급 불안 —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로 나프타·에틸렌 계열 원재료 공급이 흔들리며 생산과 매출이 동시에 위축됐습니다.
매출은 2021년 약 57억 원에서 2025년 약 33억 6,000만 원까지 줄었습니다.
비용 절감과 구조 조정으로 버텼지만, 결국 직원 급여와 운영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지급불능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데도 회생신청이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이 사건이 그 답을 보여줍니다.
회생절차 개시원인은 '부채 초과'가 아니라 "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고는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4조 제1항 제1호).
실사 결과 이 법인의 자산총계는 약 59억 7,500만 원으로 부채총계를 근소하게 웃돌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자산 중 약 46억 원이 부동산이라는 점,
즉 당장 채무 변제에 쓸 유동성이 없다는 점을 인정해 개시결정을 내렸습니다.
장부상 자산이 많다는 이유로 회생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스탠다드 변호사는 무엇을 했을까요?
▶︎ 개시신청과 동시에 보전처분·포괄적 금지명령 신청 — 재무제표, 채권자 목록, 부동산 담보 현황을 정밀 분석해 개시신청서를 제출하고,
채권자의 강제집행·가압류·경매를 차단하는 조치를 함께 신청했습니다 (채무자회생법 제43조, 제45조).
▶︎ 계속기업가치 소명 — 청산가치 약 29억 8,100만 원 대비 계속기업가치 약 68억 1,600만 원을 산정해,
법인을 살리는 것이 채권자 전체에 이익임을 수치로 입증했습니다.
▶︎ 파탄 원인의 구조화 — 보증사고, 인력 공백, 금융비용, 원자재 리스크를 외부·내부 요인으로 나눠 소명하여 개시원인 인정을 이끌어냈습니다.
▶︎ 대표자 심문 대비 — 법원 심문사항에 대한 답변과 소명자료를 함께 준비해 신속한 개시결정에 기여했습니다.
▶︎ 관리인 불선임 결정 확보 — 별도 관리인 없이 기존 대표자가 관리인으로 간주되는 결정(채무자회생법 제74조 제3항·제4항)을 받아,
경영권을 유지한 채 회생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 2026.04.16 회생절차 개시신청
- 2026.04.27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
- 2026.06.10 회생절차 개시결정(관리인 불선임,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간주)

신청부터 개시결정까지 약 2개월.
특히 신청 11일 만에 내려진 포괄적 금지명령은 모든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의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경매절차를 일괄 금지하는 결정으로
(채무자회생법 제45조 제1항), 법인이 채권자들의 개별 집행 압박 없이 영업을 이어가며 절차를 준비할 수 있는 방패가 되어 주었습니다.
채권자 목록 제출(2026.06.10~07.01), 회생채권·회생담보권 신고(2026.07.02~07.22), 채권 조사(2026.07.23~08.12)를 거쳐
2026.09.23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게 됩니다.
이 사례가 말해주는 것
회생은 실패한 기업의 마지막 선택이 아니라, 회복 가능한 기업이 채무를 재조정하고 다시 서기 위한 법적 장치입니다.
이 법인처럼 영업이익은 꾸준히 나는데(2025년 영업이익 약 2억 3,900만 원) 과거의 투자 부담과 외부 충격으로 유동성이 막힌 경우라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신청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집행 압박이 본격화되기 전에 포괄적 금지명령이라는 방패를 먼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법인이라면, 장부가 아닌 자금 흐름을 기준으로 지금의 상태를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