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법무법인 스탠다드
Date2025.12.15
“멀쩡해 보였지만, 사실은 기적처럼 버티고 있던 회사”
요즘 패션업계 대표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된 말이 있습니다.
“옷이 안 팔린다”, “환율 때문에 원가가 감당이 안 된다”는 말입니다.
오늘 말씀드릴 A회사 역시 바로 그 한가운데에 있던 기업입니다.
겉으로 보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부에서는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경영 실패라기보다는 업황 쇼크에 직격으로 노출된 사례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패션업을 덮친 ‘피할 수 없던 3연타’
① 환율 급등 – 팔아도 남지 않는 구조
패션기업은 원단과 부자재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합니다.
A회사는 환율 급등으로 원가가 약 15% 상승했지만, 소비자 가격을 즉각 올릴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결국 매출이 발생해도 이익이 남지 않는 상황으로 빠르게 전환됐습니다.
② 이상기온 – 재고가 현금을 묶다
작년 11월, 이례적으로 기온이 20도 가까이 오르며 겨울 상품 판매가 급감했습니다.
패딩·니트·코트 등 FW 상품이 움직이지 않았고, 창고에는 재고만 쌓였습니다.
패션업에서 재고는 곧 현금입니다.
재고가 멈추는 순간, 회사의 현금 흐름도 동시에 멈춥니다.
③ 소비 위축 – 가장 먼저 줄어드는 지출
금리 인상, 국제 정세 불안, 원자재 가격 상승.
이럴 때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바로 의류 소비입니다.
A회사 역시 이 흐름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숫자가 말해주는 현실
- 자산 : 약 69억 원
- 부채 : 약 56억 원
- 회사 가용 현금 : 약 1,382만 원
- 단기 상환 압박 채무 : 약 44억 6천만 원
대표님의 의지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넘어선 상황이었습니다.
법원이 회생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의 차이였습니다.
- 청산 시 회수 가능 금액 : 약 2억 2천만 원
- 계속 영업 시 회수 가능 금액 : 약 18억 3천만 원
차이는 약 16억 원.
법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살리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구조였습니다.

스탠다드의 접근 전략
1️⃣ 날씨 리스크를 ‘경영 책임’이 아닌 ‘산업 구조’로 설명
패션업은 기상 변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업종입니다.
FW 재고가 움직이지 않은 원인을 대표자의 판단 문제가 아니라,
기온 이상 + 시즌 구조 문제로 정리해 법원에 설명했습니다.
2️⃣ 재고 회수율을 과장 없이 보수적으로 산정
시즌이 지난 패션 재고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합니다.
재고 회수율을 30%로 보수적으로 잡았음에도,
계속기업가치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을 수치로 입증했습니다.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이 회사는 청산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다.”
3️⃣ ‘갚을 수 있는 구조’의 변제계획 설계
패션업은 시즌마다 비용이 집중되는 업종입니다.
이에 따라 변제 구조를 다음과 같이 설계했습니다.
- 회생채권 65% : 출자전환
- 회생채권 35% : 10년 분할 변제
- 특수관계인 채권 : 전액 면제
- 공익채권 : 1년 차 내 정리
운영은 유지하고, 변제는 버틸 수 있는 구조.
회생의 본질에 맞는 설계였습니다.

패션·의류업 대표님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
패션업은 환경 변화에 가장 취약한 업종 중 하나입니다.
날씨 하나, 환율 하나, 부자재 수급 하나만 어긋나도
회사 전체가 순식간에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건 대표님의 능력 문제도, 회사의 가치 문제도 아닙니다.
그저 업계 전체가 버거운 시즌을 지나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A회사처럼, 대표님의 회사도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회복을 위해 존재하는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면
생각보다 빠르게 숨통을 틔울 수 있습니다.
“내가 잘못했나?”라는 질문보다
“지금 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 답을 대표님 혼자 찾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길을 가장 많이 걸어본 사람들이, 함께 끝까지 걷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