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동네 가게, 실제로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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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1996년 설립된 가전 유통 소매업체입니다.

서울 주요 상권에서 여러 매장을 운영했고,

한때는 연매출이 100억 원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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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면 동네 가전 매장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매년 수십억 원 규모의 현금 흐름을 관리하던 기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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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2023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원청 브랜드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어음부도와 회생 신청,

자본잠식 관련 뉴스가 연일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주력 제품 공급이 사실상 끊긴 상태가 됐습니다.

 

 

셔터는 열려 있지만, 팔 물건이 없다

가게는 계속 운영해야 했습니다.

임대료, 인건비, 이자, 관리비는 회사 사정을 고려해 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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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는 열려 있는데 매장 안에 채울 물건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실사 기준으로 보면 자산은 약 5억 원 수준,

반면 부채는 8억 원을 넘는 상태였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파산을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첫 번째 판단 기준: 지금 문을 닫는 게 맞나

이 사건에서 가장 먼저 검토한 건 단순했습니다.

지금 회사를 정리하는 것이 정말 더 나은 선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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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핵심이 되는 개념이 바로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입니다.

- 청산가치는 매장 재고, 차량, 비품, 보증금 등을 실제 강제 매각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을 기준으로 봅니다.

- 계속기업가치는 이 회사가 앞으로 벌어들일 수익을 현재 시점의 가치로 환산한 금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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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계산 결과가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청산가치는 약 3억 5천만 원, 계속기업가치는 약 3억 9천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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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지금 폐업하면 채권자가 받는 돈이 더 적다는 결론이 숫자로 드러났습니다.

 

 

회생 설계의 기준은 ‘가능’이 아니라 ‘감당’

회생에서 중요한 건 “될 수 있다”가 아니라 “버틸 수 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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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두 가지를 동시에 봤습니다.

첫째, 회사의 현금 흐름으로 실제 감당 가능한 구조인가.

둘째, 채권자 입장에서도 파산보다 나은 선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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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에서는

- 채무 원리금의 58%를 출자전환해 즉시 부담을 줄이고

- 나머지 42%는 10년에 걸쳐 분할 변제

- 개시 후 이자는 전액 면제하는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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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숨을 돌리고 영업에 집중할 수 있는 구간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속도가 결정적인 이유

신청서는 약식으로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필요한 자료를 최대한 한 번에 정리해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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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신청 후 2~3일 내 포괄적 금지명령과 보전처분, 그리고 17일 만에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법원은 이 회사를

“현재 상태에서는 만기 채무를 감당하기 어렵지만, 청산보다 계속기업으로 존속시키는 것이 채권자에게 더 유리하다”

고 판단했고, 관리인 선임 없이 기존 대표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왜 법원은 ‘살릴 수 있다’고 봤을까

이 회사의 가치는 특정 브랜드 하나에 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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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업력에서 나온 고객 신뢰, 반복 방문하는 충성 고객층, 그리고 대표의 영업 역량과 성실성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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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자 심문 과정에서도

앞으로 어떤 제품으로 전환할지, 판매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그 준비 과정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청이 무너지면 끝일까?

원청 브랜드가 흔들리면 협력사는 자동으로 끝나는 구조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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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답은 결국 숫자와 구조에 있습니다.

지금 문을 닫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살리는 것이 더 합리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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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판단을 너무 늦추지만 않는다면, 선택지는 남아 비슷한 상황에 놓인 대표님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

이 사례가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