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법무법인 스탠다드
Date2025.12.08
Company헤럴드 경제
헤럴드 경제 2025.12.07 05:52 정호원기자
캠코·장기소액연체지원재단 보고서 입수
채권 소각 이후 소득 증가·고용안정성 개선
무직자 22.4%→8.0% 감소, 상용근로자 증가
“채무 지원과 도덕적 해이 간 연관성 떨어져”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1000만원 이하의 빚을 10년 이상 갚지 못해 정상적인 금융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운 채무자의 채권을 정리하면,
채권자 10명 중 4명의 소득이 증가하고 고용안정성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13만4000명 대상 16조4000억원의 채무를 탕감해주는 새도약기금 시행을 앞두고 ‘채권 소각’과 ‘도덕적 해이’ 간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제기돼 주목된다.
7일 본지가 입수한 캠코·장기소액연체지원재단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소비자학회는 ‘장기 소액 연체자 지원 정책의 성과와 향후 개선 방안’ 주제를 연구한 결과를 지난 3일 비공개 정책세미나에서 처음으로 발표했다.
장기소액연체자는 1000만원 이하의 생계형 소액채무를 10년 이상 상환하지 못한 채무자를 의미한다.
이들은 연체 기록으로 카드 발급이나 대출 등 정상적인 금융활동을 할 수 없고,
압류와 추심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7년 11월 생계형 소액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장기소액연체자에 대한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상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된 1만4000명의 장기소액연체자의 채권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매입해 소각하는 지원 정책을 펼쳤다.
이번 연구에서는 장기소액연체 지원 정책의 수혜자 중 표본 259명과 지원을 받지 못한 비수혜자 중 표본 93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해 정책의 효과를 비교분석 했다.
수혜자는 장기소액연체지원을 받은 경우이며,
비수혜자는 제도를 알지 못해 신청을 하지 못하거나 일부 조건이 부합하지 않아 지원을 받지 못한 사례로 구성해 두 집단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장기소액연체지원 제도의 실효성을 파악했다.
장기소액연체지원 이후 소득증가·고용안정성 개선
연구 결과, 장기소액연체 빚을 탕감해 주었을 때, 빚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채권자의 소득 증가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오래된 빚을 탕감받은 채무자가 채무탕감 이후 정상적인 금융생활과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면서, 소득이 증가하는 효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소각을 경험한 수혜자의 41.7%가 ‘수혜 이후 소득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소득에 변함이 없다’고 응답한 경우는 49%이었다. 반면 ‘소득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수혜자는 9.3%에 그쳤다.
이는 장기소액연체 지원 수혜를 받지 못한 사람들 가운데 29%가 ‘소득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것과 대조적인다.
비수혜자의 경우 소득증가(23.7%)와 소득불변(47.3%)으로 응답한 비중이 71%으로 소득 개선 가능성이 수혜자군에 비해 비교적 적게 나타났다.
채무지원 이후 고용 안정성도 높아지는 경향성이 나타났다. 지원을 받은 이들의 상용근로자(정규직) 비중은 22.1%로 상승했고,
무직자 비중도 22.4%에서 8%로 크게 감소했다.
이는 수혜 전 무직(22.4%), 일용직(16.6%), 프리랜서(14.3%), 임시직(13.9%) 등 불안정한 직업군이 많았음을 고려할 때, 고용안정성이 개선된 점을 보여준다.
책임연구원인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채무 조정은 단순히 재정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경제 활동 재개와 노동 시장 복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
“앞으로 금융·고용뿐만 아니라 생활 재건과 정신 건강을 위한 상담지원도 포함해 부채 해결, 심리안정, 경제활동 복귀라는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약채무자 지원이 ‘도덕적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연구 결과 채무지원과 도덕적 해이 간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수혜자와 비수혜자 집단 간 도덕적 위험 성향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들어 장기소액연체지원 정책 수혜 여부가 왜곡된 태도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새도약기금 제도 실효성 분석에 참고”
이번 연구는 추후 새도약기금의 제도 실효성을 평가하는 데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한 정부 관계자는 “이번 연구 결과를 참고해 새도약기금 운영 시 사업 경과 1년마다 제도의 실효성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도약기금은 지난 10월 1일 출범했으며, 7년 이상 장기 연체 중인 5000만원 이하 무담보 채권을 일괄 매입해 소각 또는 채무 조정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새도약기금의 장기 연체 채권 매입 규모는 16조4000억원, 수혜 인원은 113만4000명으로 추정된다.
새도약기금은 앞으로 1년 간 협약 기관으로부터 채권을 일괄 인수하고,
채무자의 재산·소득 심사를 거쳐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소각·채무 조정을 할 계획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 취약계층 채무는 별도 상환 능력 없이 소각하며,
그 외 채권은 상환 능력을 검증해 파산에 준하는 상환 능력을 상실한 경우 1년 이내 소각한다.
상환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경우에는 채무 조정을 한다. 매입 즉시 추심은 중단된다.
새도약기금은 지난 10월 말 1차 매입을 진행해 캠코와 국민행복기금에서 약 34만 명의 5조4000억원 규모의 연체 채권을 매입했다.
11월 말에는 은행·생명보험사·대부회사 등으로부터 2차 채권 매입을 진행해 장기 채권 8000억원을 매입했다.
한편, 채무자는 내년 1월부터 새도약기금 홈페이지에서 본인 채무 매입 여부 및 상환 능력 심사 결과, 채권 소각 여부 등을 조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