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법무법인 스탠다드
Date2026.01.30
Company투데이신문
2026.01.27 9:00 법무법인 스탠다드 이은성 대표 변호사

거래처가 회생을 신청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많은 채권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절망 감에 빠진다.
그러나 이 판단은 절반만 맞다. 회생 신청이 접수됐다고 해서 채권자의 모든 권리가 즉시 막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짧고, 그 시점을 놓치면 선택지는 급격히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그 짧은 구간에서 채권자가 무엇을 판단하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가 매우 중요해진다.
회생 신청 직후 법원은 통상 약 일주일 내외에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린다.
이 명령이 내려지는 순간, 채권자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압류·가압류·경매·공매 신청 역시 모두 불가능해진다.
쉽게 말해 민사적 수단을 통한 추심은 전면 중단된다. 그래서 회생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선은 단 하나다.
포괄적 금지명령 이전인가, 이후인가. 이 기준을 넘는 순간 게임의 규칙은 완전히 바뀐다.
금지명령 이전에 채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명확하다. 집행권원을 확보해 강제집행에 착수하는 것이다.
집행권원은 판결문이나 지급명령처럼 강제집행의 효력을 인정받은 문서를 말한다.
이 문서가 있어야만 채무자의 재산에 대해 압류를 진행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망설이면, 금지명령과 함께 모든 민사적 수단은 봉쇄된다.
회생 신청 소식을 접한 직후가 왜 중요한지, 이유는 여기 있다.
이미 포괄적 금지명령이 내려졌다면, 전략은 달라져야 한다.
회생 절차 안에서 내 채권이 어떤 성격으로 분류되는지가 곧 회수 가능성을 좌우한다.
보증이나 담보 없이 발생한 일반 상거래 채권은 회생채권으로 분류되고, 변제는 후순위로 밀린다.
담보가 설정된 채권은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 건 공익채권 여부다.
공익채권은 회생 절차에서 가장 먼저 변제된다. 문제는 공익채권이 자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그 요건을 채권자가 스스로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
가장 치열하게 다퉈지는 지점은 회생 신청 전 20일 이내,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공급된 물건의 대금 채권이다.
제조업이나 납품업체의 거래 관행을 보면, 월말에 세금계산서를 일괄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실제 납품 시점은 회생 신청 20일 이내에 몰려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같은 채권이라도 정리 방식에 따라 회생채권이 될 수도, 공익채권이 될 수도 있다.
채권자는 가끔 법원이 모든 일을 잘 처리해 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러나 회생법원은 구조적으로 채무자 친화적이다.
회생의 목적이 기업 존속에 있는 만큼, 특별한 주장이 없으면 웬만한 채권은 회생채권으로 분류된다.
주장하지 않으면 보호받지 못한다. 공익채권으로 인정받을 여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신청하고 다툴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소송도 검토해야 한다.
민사적 수단이 막혔다고 해서 모든 길이 닫히는 것은 아니다. 형사 고소는 포괄적 금지명령 이후에도 가능하다.
물론 아무 때나 고소를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회생 신청을 전제로 한 기망적 거래, 허위 발주, 변제 의사 없이 반복된 거래가 있었다면 형사적 책임을 검토해야 한다.
형사 절차는 단순한 압박 수단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고 협상 구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다만 이 역시 신속성과 판단이 핵심이다.
거래처의 회생 신청은 채권자에게 불리한 사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은 아니다.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회는 존재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면 회수 가능성은 달라진다.
문제는 그 기회가 짧고, 판단이 복잡하다는 점이다. 채권자는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는 사람이다. 그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미수금 추심의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