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2024.08.01
[단독] "망해도 서울서 망해야"…채무자들, 심사 불리한 지방법원 외면
수정2024.06.05. 오후 3:36
사상 최대 개인도산…'상경 파산' 新풍속
사건처리, 서울이 최대 6배 빨라
판결 1~2달 전 서울 이전 수두룩
변호사도 '법원 바꾸는 법' 안내
실무준칙도 채무자에 유리
서울·수원, 배우자 재산 미포함
지방은 변제금에 넣어 '불리'
서울선 암호화폐 손실도 탕감
# 경기 의정부에 사는 A씨는 서울회생법원에 개인파산 신청을 했다가 면책 불허가 결정을 받았다. 빠른 처리를 노리고 관할 법원을 서울로 바꾸기 위해 강북구로 위장 전입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들통났기 때문이다. A씨에게 허위 주소지를 제공한 법무사 사무실은 법원에서 경고 처분을 받았다.
서울로 ‘원정 파산·회생’에 나서는 지방 채무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방보다 서울 법원의 사건 처리 속도가 빠른 데다 심사 기준과 변제금 산정 방식 역시 서울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절박한 이들의 파산 회생 절차에도 지방·서울 간 차별이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5개 법원 중 서울의 개인파산 사건 처리 속도는 2개월로 지방보다 최대 6배 빨랐고, 개인회생 사건은 4.7개월로 지방보다 최대 2배 이상 신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파산은 채무 변제가 불가능할 경우 남은 재산을 채권자에게 배분하고 면책받는 제도다. 법원에서 도산 절차가 늦게 진행될수록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는 까닭에 신속한 사건 처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정 채무를 감면하는 회생도 속도가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지방 채무자들은 사건 처리가 빠른 서울로 주소지를 옮기고 있다. 도산 사건의 관할 법원은 주소지, 직장 위치 등에 따라 정해진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재판 과정에서 사건을 접수하기 한두 달 전에 서울로 이사 온 사례가 자주 발견된다”며 “심지어 여러 채무자가 한 사무장의 주소지를 적어낸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법원에 낸 거소지 등이 허위이면 신청이 기각될 수 있다. 이에 휴대폰을 추가로 개통해 서울의 임시 주소지에 놓고 휴대폰 기지국 추적을 피하는 등 다양한 ‘꼼수’가 성행한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상담 과정에서 원활한 절차를 돕고자 관할 법원을 바꾸는 방법을 안내하기도 한다”며 “채무자 사이에선 ‘망해도 서울에서 망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처리 속도가 크게 차이 난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