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법무법인 스탠다드
Date2026.01.20
Company투데이 신문
투데이 신문 법무법인 스탠다드 정경현 변호사 2026.01.20 8:00
기업의 위기는 대개 매출 하락에서 시작한다. 회생을 검토하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단기간의 충격이 아니라 지속적인 매출 감소를 겪어왔다.
매출이 1~2년가량 하락한다고 해서 곧바로 기업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이전에 쌓아둔 실적과 자본, 금융 신용으로 일정 기간은 버틸 수 있다.
문제는 하락이 멈추지 않을 때다. 매출 감소가 고착되면 현금 흐름이 먼저 흔들리고,
이 단계부터 기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을 받기 시작한다.
현금이 부족해지면 기업은 대출로 시간을 벌려 한다.
처음에는 법인 명의 대출을 받아 운전자금으로 돌리고, 매출 회복을 기다린다.
하지만 회복이 지연되면 대출 만기가 도래하고, 재무제표에는 적자가 누적된다.
이 시점에서 금융기관은 연장을 망설이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선택지는 급격히 위험해진다.
재고자산을 과대 계상하거나 허위 매출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손대는 사례가 등장한다.
대출 연장을 위한 분식회계다. 이 단계는 단순한 재무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회생의 골든타임이 급격히 줄어드는 분기점이다.
분식회계는 회사의 재정 상태를 왜곡할 뿐 아니라, 대표이사 개인에게 직접적인 법적 리스크를 남긴다.
형사처벌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이후 회생 절차를 검토하더라도 과거 행위가 발목을 잡는다.
따라서 전문가의 시각에서 보면, 이 단계에 도달하기 전에 회생 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타이밍이다.
회생은 위기의 끝에서 선택하는 제도가 아니라, 위기가 구조적으로 고착되기 직전에 준비해야 한다.
대표들이 골든타임을 놓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대부분 책임감이 강하고, 신용을 중시한다.
법인회생을 신청하는 순간 자신의 신뢰가 무너진다고 느끼고, 그 결정을 끝까지 미루려 한다.
그러다 보니 개인 재산을 모두 소진한 뒤에야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회사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까지 함께 흔들리는 상황으로 번진다.
회생은 실패의 선언이 아니라 구조 조정의 선택임에도, 심리적 저항이 판단을 늦춘다.
그래서 중요한 원칙이 있다. 법인회생을 당장 결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가수금 투입을 고민하는 단계라면, 최소한 전문가의 진단은 받아야 한다.
회생이 필요한 상황인지, 정상화 가능성이 남아 있는지, 혹은 다른 대안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혼자 내릴 문제가 아니다.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만으로도 선택지는 크게 달라진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제도가 Pre-ARS, 즉 사전 자율 구조조정 지원제도다.
Pre-ARS는 회생의 골든타임 자체를 늘려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회생 진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법원이 회생절차를 바로 개시하지 않고, 금융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비교적 가벼운 틀 안에서 채무 조정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번호가 부여되고 각종 법적 효과가 즉시 발생하는 일반 회생과 달리, Pre-ARS는 공식 도산 절차 이전에 완충지대를 제공한다.
특히 금융기관과의 초기 협상 단계에서 기업의 실제 재정 상태와 변제 가능성을 설명하고 조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부 금융기관은 오히려 Pre-ARS를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결국 이 제도의 핵심은 명확하다.
회생의 골든타임을 늘려주지는 않지만, 골든타임을 허비하지 않게 돕는다.
회생은 끝이 아니라 전환이다. 다만 그 전환은 시기를 놓치면 더 이상 선택지가 되지 않는다.
골든타임은 길지 않다.
-매출 하락이 구조화되기 전
-분식회계를 고민하기 전
-가수금을 투입하기 전
이 세 지점 중 하나라도 스스로 경고등이 켜졌다고 느껴진다면,
그때가 바로 회생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