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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제맥주 잔혹사’ 신동원 농심 회장 투자 ‘인더케그’ 파산신청

Writer김정민 기자

Date2026.03.09

Company일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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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김정민 기자 26.03.05 16:32

기술력 기대 모았지만 시장 ‘김’ 빠지며 경영난 심화…농심 “관련 사업 연결고리 모두 사라져”

[일요신문] 신동원 농심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투자했던 수제맥주 제조기업 ‘인더케그’가 결국 파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류 업황 부진이라는 우려에도 진행된 신동원 회장의 과감한 투자는 결과적으로 투자 2년여 만에 법인 파산 신청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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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케그, 경영난 심화에 지난해 파산 신청

인더케그는 2020년과 2021년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에서 2년 연속 혁신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수제맥주 제조기기 스타트업이다. 2017년 설립된 인더케그는 유통 과정 중 산소나 열, 햇빛 등에 맥주 맛이 변질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장 내 직접 제조’라는 해법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효모 캡슐과 맥즙을 발포·숙성해 맥주로 만들어주는 기기를 개발하고 발효·보관 과정에서 산소를 완벽에 가깝게 차단해 갓 양조한 것과 같은 신선한 맛을 구현한 것이 핵심이다.

인더케그는 양조 설비 투자비용과 제조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특히 기기 한 대로 10종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범용성 덕분에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미국 진출용 조인트벤처(JV)의 기업 가치가 2억 달러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2020년 9월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예비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됐다. 당시 인더케그는 국내를 넘어 중국과 인도 등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을 가시화하기도 했다.

농심 신동원 회장은 2023년 중순 인더케그 지분 26.29%를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당시 농심그룹은 신 회장이 인더케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직접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2024년 9월 초 인더케그가 한 유통업체로부터 약 3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신 회장은 최대주주 지위에서는 내려왔으나, 투자한 지분은 그대로 유지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더케그는 설립 이후 줄곧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주류면허 발급 문제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했던 2019년 당시 매출은 2671만 원, 영업손실은 20억 원에 달했다. 규제가 해소된 2021년 매출액이 9억 1848만 원까지 늘어나며 반등을 노렸으나, 오히려 영업손실이 31억 원으로 확대되며 수익성은 악화됐다. 이후 매출 규모는 2022년 7억 원대에서 2024년 2억 원대까지 급감했고, 같은 기간 적자 규모 역시 2022년 33억 원, 2023년 14억 원, 2024년 17억 원대를 기록하며 경영난이 심화됐다.

공교롭게도 인더케그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한 시기는 수제맥주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선 시기와 맞물려 있다. KYG 상권분석연구원이 네이버와 구글 등 온라인 검색 패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지수는 인더케그가 설립된 2017년을 100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6년 2월에는 10까지 추락했다. 이는 전체 주류 시장의 변동폭과 비교해도 이례적인 수치로, 정점 시점 대비 수요가 10분의 1 토막 난 셈이다.

신동원 회장이 최대주주에 올랐던 2023년 중순에는 이미 수제맥주 시장의 우려가 팽배했던 시기다. 결국 인더케그가 혁신적인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시장의 관심 자체가 급격히 식어버린 시점에 사업을 전개하면서 자생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인더케그가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면서 향후 법정 관리에 따른 자산 매각 및 채권 변제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신동원 농심 회장이 개인 자금으로 투자한 지분 역시 사실상 전액 손실 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산 절차상 주주는 채권자보다 변제 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만큼, 회사의 남은 자산으로 채무를 모두 탕감하지 못할 경우 주식 가치는 소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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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맥주 시장과 사실상 결별

인더케그가 파산을 신청하면서, 업계 안팎에서 제기됐던 농심의 맥주 시장 진출 가능성은 사실상 소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심은 2020년대 초반 팬데믹 기간 꾸준히 맥주 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2021년 히트작인 ‘배홍동비빔면’을 모티브로 한 ‘배홍동 맥주’를 선보였고, 2022년 8월에는 수제맥주 스타트업 더쎄를라잇브루잉과 협업해 새우깡과 잘 어울리는 ‘깡맥주’ 오리지널과 블랙 시리즈를 출시하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2023년 초에는 수제맥주 제조설비를 보유한 허심청브로이를 별도 법인으로 전환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엔데믹 전환과 함께 맥주시장 열기가 식으면서 농심그룹의 맥주 사업 관련 행보도 멈춰섰다. 과거 출시한 ‘배홍동 맥주’와 ‘깡맥주’ 등은 모티브가 된 제품의 인지도 덕에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한정 판매 종료 후 자취를 감췄다. 허심청브로이 역시 호텔농심 내 투숙객 대상 서비스에 국한해 운영 중이며 농심 측 역시 맥주 사업 정식 진출 계획은 없다고 여러 차례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농심 관계자는 “인더케그는 신동원 회장이 개인적으로 투자했던 회사로 지난해 파산 신청을 하게 됐다. 기기 관리 및 렌털을 담당하던 자회사 브루비전 역시 인더케그의 파산으로 농심과의 관계성이 소멸됨에 따라 관련 사업의 연결고리는 모두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줄 이은 회생 신청…수제맥주 업계 ‘파산 공포’ 확산

국내 수제맥주 업계는 줄도산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수제맥주 시장을 대표하던 1세대 양조업체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사실상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월 26일 이 회사의 회생절차 폐지결정을 공고했다. 지난해 8월 회생 신청 이후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한 채 기한 내 회생 계획안을 제출하지 못했다. 한때 기업공개(IPO·상장)까지 추진하며 이름을 알렸던 이 기업은 2024년 당기순손실이 29억 원까지 불어나는 등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곰표 밀맥주’로 이름을 알린 세븐브로이 역시 벼랑 끝에 서 있다. 2011년 국내 첫 수제맥주 기업으로 출범한 세븐브로이는 2020년 대한제분과 계약을 맺고 ‘곰표 밀맥주’를 제조해 약 6000만 캔의 판매고를 올리며 수제맥주 시장 붐을 주도했다. 제품 중 하나인 ‘강서맥주’는 청와대 만찬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2023년 곰표밀맥주 상표권 계약 만료에 따른 실적 악화로 2025년 6월 회생 절차에 돌입했으며 같은 해 9월 26일에는 코넥스시장에서도 상장 폐지됐다. 당초 2026년 2월 6일로 예정됐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3월 6일까지 한 차례 더 연장하며 마지막 회생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나 정상화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브롱스를 운영하는 와이브루어리도 지난 1월 16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으며, 같은 달 30일 간이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다. 간이회생은 부채 총액이 50억 원 이하인 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비용과 기간을 단축해 주는 제도다. 서울 도심과 수도권 곳곳에 100여 개가 넘던 매장이 현재 4곳으로 급감하는 등 사세가 크게 기울면서 법원의 처분만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수제맥주 1호 상장사인 제주맥주 역시 실적 악화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경영권 매각과 사명 변경을 반복하고 있다. 2015년 설립 후 2021년 ‘테슬라 요건(적자 기업이라도 성장성이 높으면 상장할 수 있는 제도)’으로 코스닥에 입성했으나 단 한 번의 흑자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 결과 2024년 한 해에만 두 차례나 주인이 바뀌는 진통을 겪었다. 현재는 2024년 11월 경영권을 인수한 한울반도체가 2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25년 3월 사명을 ‘한울앤제주’로 변경해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으나 여전히 적자 경영이 이어지는 상태다.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홈술’ 열풍을 타고 급성장했던 수제맥주 시장이 엔데믹 전환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21년 1520억 원 규모였던 수제맥주 시장은 당초 2023년 37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실제 시장 규모는 752억 원에 그치며 전성기 대비 반토막 이하로 급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이 낮은 수제맥주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기 쉽다. 특히 젊은 세대가 ‘하이볼’ 등 섞어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쪽으로 주류의 트렌드가 바뀌었는데, 원액에 가까워 다양한 혼합이 가능한 소주 등과 달리 맥주는 혼합에 적합하지 않은 음료다”라며 “시장의 성장세만 보고 무분별하게 쏟아진 과잉 공급이 줄어든 수요와 맞물리며 시장의 침체를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https://m.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509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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