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법무법인 스탠다드
Date2025.08.06
Company대한경제
대한경제 2025.08.06 임성엽 기자
하반기 건설산업 허리권 중견 건설사들 줄도산 '경고음'
[대한경제=임성엽 기자] 베라체 브랜드로 이름을 알린 중견건설사 한일건설이 80억원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냈다. 채무 연체는 40일 가까이 진행 중인 데다, 올해 감사보고서는 제출조차 못 해 사실상의 도산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다.
건설업계 허리를 받치는 중견 건설사 도산이 하반기 들어 또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 으로 건설산업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일건설은 지난달 1일부터 원금 38억9000만원과 연체금을 합해 총 87억1700만원을 디폴트 중이다.
디폴트란 기업이 채권 만기일에 원금이나 이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종류 별로 우선, 국민은행에 지난달 1일부터 22일까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 상거래 대금은 올해 2월부터 W산업에 3120만원을 연체 중이며, H엔지니어링에도 2억2000만원 규모의 대금을 4월부터 연체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한일건설이 사실상 도산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자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더 상환하는 게 낫기 때문에 마지노선인 채무불이행 90일까지는 기다리는 중으로 보인다”며 “이미 수십억원대 연체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법정관리 신청을 하지 않는다면 부도상태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한일건설은 지난 4일 조달청으로부터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위한 공시송달을 받기도 했다.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은 이달 19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다. 부정당업자 처분 이유는 한일건설이 경기도건설본부 수요의 ‘도척~실촌 간 도로확장공사’ 공동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이행을 포기해 공동수급체에서 중도 탈퇴했기 때문이다. 1970년 삼원진흥건설로 설립된 한일건설은 업력 55년의 중견건설사다. 지난 2008년엔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3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2013년 첫 법정관리를 밟았다. 2015년 4월 회생절차를 종료했지만, 지난 2017년 두 번째 법정관리를 거쳤다. 한일시멘트그룹 계열사였던 한일건설은 이 때, 고려제강이 설립한 인수목적회사 베라체홀딩스 인수로 법정관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일건설의 위기신호는 이미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지난 2022년 매출 2234억원, 10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냈던 한일건설은 지난 2023년, 매출은 1783억원으로 줄어들고, 무려 522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냈다. 2023년에만 건축과 토목, 해외, 분양공사를 합해 324억원의 누적손실을 냈고, 미청구공사 물량만 316억원에 달했다. 특히 올해에는 감사보고서 조차 제출하지 못했다.
지난해 재무상태는 공개조차 못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일건설은 이날 하루 종일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일건설은 최근 서울 강남구 매산빌딩에서 경기도 수원시로 소재지도 옮겼다. 이전한 소재지는 한일건설이 지난 2022년 준공한 ‘우만동 한일베라체에코플러스’ 아파트 단지다.
하지만 한일건설은 홈페이지에 본사 소재지 변경사실도 알리지 않고 대표번호도 기존 번호 그대로 공지했다. 임직원들도 묵묵부답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일건설이 지난해부터 직원들이 하나 둘 떠나갔고, 소수 인원만 근무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이 전해왔다”며 “시평액 100위권 ‘허리’를 받치는 건설사들의 경영난이 너무나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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