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법무법인 스탠다드
Date2026.05.28
Company미디어파인
미디어파인 2026.05.27 08:00

경영 위기에 몰린 대표들은 법인파산을 고려하면서도, 회사의 몰락이 곧 개인의 파멸이라는 공포에 휩싸여 결단을 주저한다. 파산을 선고받는 순간 살고 있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가족들에게 막대한 빚이 대물림되어 다시는 재기할 수 없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기업과 대표 개인은 철저히 분리된 별개의 인격체이며, 회사의 채무는 원칙적으로 대표 개인의 재산과 무관하다. 오히려 헛된 희망으로 파산 신청을 미루며 시간을 끌수록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이 들어오고, 직원들의 임금이 체불되며, 세금마저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할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한다.
법인파산 절차에서 대표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영역은 막연한 공포와 달리 법적으로 명확하게 한정되어 있다. 절차를 밟더라도 과거 금융기관 대출 시 대표가 직접 서명한 `연대보증`이나, 개인 아파트 등을 담보로 제공한 `물상보증`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울러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 50%를 초과하는 과점주주에게 부과되는 세금에 대한 2차 납세의무, 지분율만큼 부담해야 하는 4대 보험 미납분, 그리고 근로기준법 위반에 따른 임금 체불의 형사적 책임 등 딱 다섯 가지 영역에서만 대표 개인에게 법적 책임이 돌아온다. 이 다섯 가지 리스크만 사전에 꼼꼼하게 점검하고 대지급금 제도 등을 활용해 대비한다면, 파산으로 인한 개인적인 타격은 대부분 사전에 통제할 수 있다.
이처럼 한정된 책임을 점검하고 파산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경영진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치명적인 실수는 사적인 감정에 이끌려 자금을 잘못 집행하는 행위다. 도의적인 책임감에 오랜 기간 거래해 온 특정 거래처에만 대금을 먼저 결제하는 행위는 빚을 갚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 평등 원칙을 깨뜨리는 명백한 위법 행위다. 법원은 이를 부당한 자산 유출로 간주하여 돈을 받은 거래처에 자금 반환을 청구하는 `부인권`을 행사하며, 결과적으로 선의로 돈을 갚으려던 대표가 오히려 오랜 협력업체를 복잡한 소송의 피고로 만들어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한다. 자금 여력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특정 거래처 결제가 아니라, 우선 변제권이 있는 직원들의 밀린 급여나 세금부터 해결해야만 경영진의 법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회사를 살리는 회생과 문을 닫는 파산 사이에서 갈등할 때, 절차를 가르는 가장 본질적인 기준은 사업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대표의 굳건한 경영 의지다. 사업에 대한 미련과 책임감만으로 한계 상황을 버티다가 통장마저 압류되고 모든 자산이 소진되어 버리면, 회생의 기회조차 완전히 박탈당하고 강제적인 청산의 길로 내몰리게 된다. 기업이 완전히 빈껍데기가 되기 전에 사업성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뼈아픈 과거의 부채를 투명하게 도려내는 신속한 결단만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보존하는 유일한 길이다. 법인파산은 사업의 영원한 끝이 아니라, 얽혀버린 채무의 고리를 법적으로 끊어내고 대표의 안전한 미래를 분리해 내는 객관적인 정리 절차다.(법무법인 스탠다드 정경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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