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법무법인 스탠다드
Date2025.10.14
CompanyBLOCK MEDIA
BLOCK MEDIA 이정화 기자 2025-10-11 17:45

사적 신용(private credit) 대출 위험…도미노 우려
제프리즈, UBS, 블랙록, 일본 금융사까지 노출
[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미국 자동차 부품 제조사 퍼스트브랜즈(First Brands)의 갑작스러운 파산이 월가를 뒤흔들고 있다고 10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퍼스트브랜즈 파산은 월가에서 대유행 중인 사적 신용(private credit) 대출의 위험성을 노출시키는 사건이다.
제프리즈, UBS, 블랙록 등 미국과 유럽의 주요 투자은행들이 연루 돼 있다.
일본 금융사도 퍼스트브랜즈 매출 채권에 대규모로 투자해 파문이 예상된다.
제2, 제3의 퍼스트브랜즈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면서 연쇄 도산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사적 신용’이라는 뇌관
퍼스트브랜즈는 지난 9월 말 파산을 신청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약 23억 달러(3.2조 원)의 자산이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단순한 부도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실행한 신용 시장(private credit)의 불투명한 대출 관행과 위험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적 신용은 최근 10년 간 월가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금융의 한 형태다.
퍼스트브랜즈에 대출을 주선한 금융사들로는 △UBS △블랙록(BlackRock) △제프리스(Jefferies) 등이 거론된다.
이들 세계적 금융기관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손실을 입었고, 일부는 채무 구조조정 과정에서 위험 신호를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3억 달러 부도
퍼스트브랜즈는 △FRAM △Autolite 등 브랜드를 보유한 자동차 부품 제조사다. 10년간 15개 경쟁사를 인수하며 급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50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이 성장은 대규모 차입을 기반으로 했으며, 그중 상당 부분은 회계 장부에 나타나지 않는 ‘오프 밸런스 시트(off balance sheet)’ 방식으로 이뤄졌다.
회사의 파산 과정에서 드러난 주요 문제는 중복 담보 설정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본 금융사도 중복 담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퍼스트브랜즈가 같은 매출 채권(인보이스)을 여러 민간 대출사에 중복으로 담보로 제공해, 자산을 실제보다 부풀렸다는 것.
이로 인해 약속된 자금이 다른 채무 상환에 쓰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가 보유 중인 실질 담보 자산은 3000만 달러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터질 것이 터지나?
사적 신용 시장은 △연기금 △대학 기금 △헤지펀드 등이 참여해 수조 달러가 유입된 분야다.
미국 정부는 최근 401(k) 연금 자금도 이 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이번 사태의 파장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UBS는 약 5억 달러, 제프리스 산하 자회사 포인트 보니타 캐피털(Point Bonita Capital)은 7억1500만 달러를 퍼스트브랜즈에 빌려줬으나, 대금 회수에 실패했다.
제프리스는 이번 주 주가가 17% 급락했다. 블랙록 역시 관련 대출 주선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손실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관세 탓이다”
퍼스트브랜즈 측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한 관세가 부품 수입 비용을 높여 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에 참석한 채권단 변호사는 회사의 재무 구조를 ‘블랙박스’라 지칭하며, 많은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코엑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의 분석가 에린 키팅은 “퍼스트브랜즈 외에도 유사한 구조를 가진 부품 공급업체들이 위험에 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금융사도 당했다
일본 농림중앙금고(Norinchukin 노린추킨)도 퍼스트브랜즈에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금고가 지분을 보유한 JA미쓰이리싱(JA Mitsui Leasing)의 자회사 ‘가쓰미글로벌(Katsumi Global)’이 퍼스트브랜즈에 17.5억만 달러 규모의 무역금융을 제공한 것.
퍼스트브랜즈가 파산을 신청했을 당시, 가쓰미글로벌이 확보한 매출채권만 14.3억 달러에 달했다.
여기에는 △GM(제너럴모터스) △스텔란티스(Stellantis) △아마존 △월마트 등 유통 대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퍼스트브랜즈가 동일한 매출채권을 여러 채권자에게 중복 담보로 제공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퍼스트브랜즈의 이중 담보 제공 가능성은 현재 파산 법원에서 조사 중이며, 이로 인해 일부 무역금융 제공자들의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가쓰미 측 변호인은 “빠르게 절차가 진행돼야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해당 금융사는 2024년 미국과 유럽 국채 가치 하락으로 2조 엔 가까운 손실을 기록하며 위기를 겪었다.
올해 1분기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번 사태로 재무건전성에 다시 물음표가 붙었다.
JA미쓰이리싱은 노린추킨이 43.4%, 미쓰이가 42.3% 지분을 보유한 금융 리스 회사로,
2023년 가쓰미글로벌을 인수하며 북미 시장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경영진 중 상당수가 노린추킨과 미쓰이 출신으로 구성돼 있어,
이번 손실이 두 모회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건이 일본 금융당국이 올해 초 노린추킨에 요구한 ‘시장 전문성을 갖춘 외부이사 선임’과 같은 리스크 관리 개선 권고의 중요성을 다시 환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