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김관주
Date2026.02.11
Company대한경제
대한경제 김관주 2026.02.09
지난 7년 회고록 쓴 한승환 피어테크 대표

대한경제=김관주 기자]대한민국 가상자산 업계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코인마켓 거래소 지닥을 운영한 피어테크가 지난달 14일 파산했다.
1989년생, 20대의 끝자락에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30대의 절반을 바친 한승환 피어테크 대표는 본인 스스로를 '
망한 회사의 최대 채권자이자 파산 신청인'으로 기록하며 7년간의 도전을 마무리했다.
한때 기업가치 1300억원을 달성한 지닥은 2021년 당기순이익 300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4위에 안착한 유망 기업이었다.
특히 전통 금융사와 손을 잡으며 제도권 안착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곳이기도 하다.
최근 한 대표는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2013년부터 가상자산 투자자로 활동하면서 세계 다양한 가상자산 및 회사에 투자를 하거나 컨설팅이나 자문역을 맡으면서 가상자산 기술에 완전히 매료돼 있었다”며
“단순히 개인 용병처럼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사람이 글로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고
현재의 금융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혁신할 수 있다고 믿게 되면서 가상자산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설립하게 됐다”고
2017년 피어테크가 세상에 나오게 된 계기를 회상했다.
하지만 코인마켓 거래소라는 태생적 한계는 끝내 극복하지 못한 독이 됐다. 지닥이 오픈한 2018년,
박상기의 난과 함께 시작된 금융당국의 그림자 규제는 은행 실명계좌 확보를 가로막는 결정적인 벽이 됐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가상자산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대표는 “국내에서 코인마켓 거래소가 실명계좌를 확보하는 것은 은행장 및 회장, 담당부행장, 준법감시인, 실무책임자, 및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당국(실무책임자, 과장, 원장 등) 모두를 완벽하게 설득해야만 가능한 종합예술”이라며
“단 하나라도 미끄러지면 발급이 불가해 사실상 지금 돌아보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작업을 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짚었다.
정부의 편향된 시선에 깊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잘 운영되던 병역특례 업체 지정은 '국민 눈높이'라는 명목하에 갑작스럽게 취소당했다.
벤처 기업 인증도 가상자산 거래소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한 대표는 “타 산업에서는 대화를 통해 원활히 해결되고 합리적으로 지원될 그리고 작은 해프닝으로 끝날 수많은 업무상 요소가,
사업자가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여겨지는 가상자산 사업자 산업에서는 매우 경직되고 제도적으로 막힌,
대화와 노력으로는 개선이 불가능하며 싸워서 얻어내야 만하는 통제 불가한 변수로 남게 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매각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한 대표는 “어차피 창업자 본인이 미래를 보지 않는 기업을 다른 손으로 넘기는 게 맞을까.
그리고 다른 손으로 넘어가더라도 성과가 날 수 있을까.
창업자의 책임은 회사가 존속하는 이상은 영원히 또는 상당 기간 유지된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내가 직접 끝내는 것이 가장 책임 있는 정공법이라는 생각을 했다. 누워서 편히 잠을 자고 싶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글을 쓰기 위해 회고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이 글을 쓸 수 있게 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만큼 너무나도 깊게 몰입해 있었기에 모든 것을 잊으려 최선을 다한 1년이었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것을 지금 와서 다시 회고하고 어떤 형태로인가 스스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소화해 내야 그다음 걸음을 힘주어 내디딜 수 있을 터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례는 가상자산 산업을 향한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규제 기조가 기업의 생존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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