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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로 먼저 갚은 대금, 도리어 협력업체 소송 빠뜨리는 편파변제의 덫 [이은성 변호사 칼럼]

Writer이은성변호사

Date2026.03.31

Company미디어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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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2026.03.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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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에 빠진 회사가 부도 위기에 직면하면, 대표들은 도의적 책임감에 오랜 기간 거래해 온 핵심 협력업체나 지인에게 결제 대금을 먼저 갚으려 애를 쓴다. 파국이 닥치기 전의 선의이자 배려지만, 법인회생을 앞둔 절체절명의 시점이라면 "누구부터 갚을 것인가"가 아니라 "이 지급이 상대방에게 법적으로 안전한가"를 먼저 따져야만 한다.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 초과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만 빚을 갚는 행위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편파변제에 해당하여 치명적인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되기 때문이다.

회사가 정상적인 변제가 불가능한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시점부터, 남은 자산은 모든 채권자가 비율에 따라 공평하게 나누어야 할 공동의 담보물로 성격이 바뀐다. 법무법인 스탠다드는 절차 돌입 전 평소 거래가 활발했던 업체에 자금을 우선 집행하거나 일부 채무만 의도적으로 덜어내는 행위는 전체 채권자의 이익을 해치는 명백한 위법이라고 설명한다. 법원은 자금을 집행한 대표의 미안함이나 책임감 같은 주관적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특정인에게만 유리한 변제가 이루어졌다는 객관적 결과만을 바탕으로 불법성을 판단하는 까닭이다.

실무 현장에서는 회생 절차를 준비하면서 덩치가 작은 채무나 껄끄러운 거래처의 미수금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향후 과정을 수월하게 만들 것이라 착각하는 일이 잦다. 당장 눈앞의 독촉을 피하거나 개인적인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혹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선택적인 자금 집행이 은밀하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러한 임의적인 채무 정리는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기는 커녕, 모든 채권자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채권자평등의 대원칙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심각한 일탈에 불과하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대표의 섣부른 선의가 돈을 받은 협력업체를 가혹한 법률적 위기로 몰아넣는다는 점이다. 법인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법률상 관리인은 과거의 부당한 편파 변제 행위를 소급해 무효로 만들고 자산을 원상 회복시키는 부인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게 마련이다. 밀린 대금을 받고 안심했던 거래처는 하루아침에 반환 청구 소송의 피고로 전락해, 정당하게 받았다고 믿었던 돈을 고스란히 법원에 토해내야 하는 억울한 처지에 놓인다. 경영진의 얄팍한 책임감이 오히려 오랜 기간 회사를 도왔던 선의의 거래처를 복잡한 소송전에 휘말리게 하고 재무적 연쇄 타격을 입힌다. 위기를 넘기게 해주려던 배려가 도리어 상대방의 자금줄을 마비시키는 덫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나아가 이러한 자산의 부당 유출은 경영진의 도덕성에 대한 법원과 채권자협의회의 강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켜, 회생계획안 인가에 필수적인 동의율 확보를 극도로 어렵게 만든다. 부채를 공평하게 재조정하는 절차를 앞두고 자의적으로 집행된 특정 채권자에 대한 우선 변제는 고의적인 자산 은닉이나 사해행위로 간주되기 십상이다. 이는 개별 협력업체의 피해를 넘어 기존 경영진의 관리인 지위를 박탈하고 회생 절차 자체의 기각 및 폐지를 이끄는 결정적인 법적 위반 사유에 해당한다.(법무법인 스탠다드 이은성 변호사)

https://www.mediafi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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